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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일부러 일으킨다고요? 제정신인가요?"

"농담하는거 아니오. 지구온난화로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위치의 자들이 있고, 그들은 지구온난화를 일부러 일으키고 있소. 지금까지 일어난 화석연료 사용량 급증,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사막화, 빙하 해빙, 해수면 상승 모두 그들이 일으킨 일이오. 지금 우리가 가는 이 사막도 옛날엔 숲이었소. "

남자는 그들이 탄 전기차 -사막횡단용 하이브리드 엔진 옵션 탑재- 를 능숙하게 몰아 사막의 사구를 우회하면서 조수석의 동료에게 이야기했다.


"세상에 정말 그런 자들이 있단 말이에요? 음모론 아닌가요? "

'아무리 고향에서 어르신들과 은둔하듯 살아왔다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남자는 국제정세에 무지한 동료에게 짜증을 내는 대신, 답답함을 느끼는 자신의 일부를 분리해두고 언제나처럼 침착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모든 신을 걸고 맹세하오. 지구온난화로 이득을 보는 그들은 회의장에서는 탄소를 감축하겠다고 말로만 떠들고 실제로는 숲을 불태우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옥수수밭과 목장을 만들고,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대며 일부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있소. 그들의 국가가 도시국가의 연합체이기 때문에 각 도시들의 자치권을 과도하게 침범할 수 없다는 핑계만 반복하면서 말이오"

"도시국가들의 연합이라구요? 그렇다면 그들은......"

도시국가들의 연합이라는 말을 듣자 국제정치에 무지한 동료도 그들이 누군지 정체를 짐작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많은 도시국가들의 연합이라는 느슨한 정치체계이지만 나머지 인류 모두가 힘을 합쳐도 상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만큼 강대한 국가, 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제국......





"그렇소. 그들은 바로....

...... 한계선 남쪽의 도시연합, 즉 시련의 나가들이오"

"......"

"그들은 추운 북부로 오지 못하고 이 세상의 절반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북부까지 모든 세상이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오. 여신의 힘을 훔치면서까지 일어났던 일이 손쉽게 달성되는거지. 그것도 비가역적으로 영구히. 그들이 키보렌 숲을 불태워 이렇게 키보렌 대사막으로 만든 이유요."

"하지만 나가들은 숲이 필요하잖아요. 살아있는 동물만 먹으니까...."

"그건 이미 100년도 더 전의 일이오. 나가들은 1만 헥타르의 숲에서 드문드문 나오는 동물들보다, 100헥타르의 옥수수밭으로
공장식 양계장에서 키워내는 닭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공장식 축산이 발명된 이후로 나가들에게 숲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거요."
남자의 동료, 도깨비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말은 받은 것은 뒷좌석에 혼자 앉은 레콘이었다.

"나가들은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빙하가 녹아...... 최후의 대장간은....'그것'.... 아래로 사라져버렸다.....끔찍한 일이었지.....모든 대장장이는 죽거나 미쳐버렸고, 우리 레콘들은 더 이상 무기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나가 놈들은 그들의 세계정복에 큰 방해가 될 우리 레콘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짓밟았다. 우리는 나가에게 복수할 것이다"

레콘이 부리를 딱 하고 부딫쳤다. 나가살육자가 되기로 숙원을 정한 레콘이 레콘에게 일어난 가장 끔찍한 재난을 담담하게 설명하자 일행들 사이에 잠시간 침묵이 감돌았고, 그 침묵 사이로 전기차의 모터소리만이 작게 들려왔다.

그 침묵 덕분일까, 남자는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가장 증오하는 소리, 아주 작고 희미한
'지지지지지지지징 자가장 장장장라라장장장....'
작고 희미한 광란의 기타리프.

"포착되었군. 곧 따라잡히겠소"

도깨비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그런 도깨비에게 남자는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르켰다.

"잘 보시오. 저것이 바로 현대의 나가들의 본모습이오."










"히히히히히히히히히 끼얏호---우-----!!!!"
"불신자다!!! 불신자!!!!! 잡아먹는다--!!!"
"달려달려달려--!!! V8! V8! V8!"
"여신께서 날 보셨어---!!"
"가솔린 만세!!! 온난화 만세!!!! 탄소의 축복을 받아라----!!"

".....?????"

"저 엄청난 매연과 광기가 보이시오? 저것이 회의장에서는 탄소를 감축한다고 주장하는 나가들의 본모습이오. 당신네 도깨비들이 아무리 친환경도깨비불화력발전으로 전기차를 충전해도 지구온난화가 절대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오. 저들은 소드락에 향정신성약물을 조금씩 섞어서 수많은 나가정찰대를 중독시켰소. 죄책감없이 나무를 불태우고 사람도 불태우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스피드중독자가 되어 연비 1 km /L 의 미친 차량을 몰고 질주하는.... 광기와 탄소를 내뿜는 미치광이 집단으로 만들어버린 거요."

뒷좌석의 나가살육자 레콘의 눈이 나가들에 대한 증오로 번뜩였다. 하지만 키보렌대사막의 초입부터 싸우게 되면 그들의 목적은 달성불가능한 것이 된다.

길잡이인 남자는 일행이 가야 할 길을 선택했다.

"아직은 싸울 때가 아니오. 일단 도망쳐야겠소. 부탁하오 비형."
"알겠습니다 케이건! 꽉 잡으십시오!"

도깨비는 조수석의 '니트로부스터' 라고 쓰인 주먹만한 파이프의 뚜껑을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도깨비불을 뿜었다. 강력한 도깨비불이 파이프를 통과하여 하이브리드엔진의 터빈을 작동시키자 엔진에서 엄청난 전류가 발생하였고, 전기차는 조금 전 에코모드의 몇배는 되는 출력으로 급가속을 시작했다.

그 남자, 케이건은 랠리판막음을 했던 신들린 운전솜씨로 나가들의 전투차량 - 대배기량 V8 테크니컬 : 나가정찰대 지구온난화에디션 - 들을 피하며, 그러나 접신하듯 초점이 나간 눈으로 알지 못할 말을 중얼거렸다.

"나가들이 독을 풀어 이 세상을 중독시켰소.....이 세상은 다시 나가들의 열독에 신음하고 있소.... 어서 찾아야만 하오....나가들을 저지하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나가들이 세상에 뿌린 독을 마시는 새.....탄소를 마시는 새를......."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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